아현동 포차, 역사 뒤로 사라질 추억의 포장마차 감성

샐각의창|2016. 2. 17. 18:20

 

 

 

밤이 오기 시작하면 하나 둘 켜지는 포차의 전등은 감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얼마전 가장 즐기는 뉴스 중 하나인 JTBC뉴스 하나에 상념이 꽂혔다. 아현동 포차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기사였다. 아현동 포차가 2016년 6월이면 사라진단다. 내 기억에도 충분히 정감이 가는 곳 이었던 것 같은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단다. 

 

 

 

 

덤덤하게 뽑어내는 기사의 영상에는 예전 백열등 대신 레온등이 걸려있었다. 뭔가 가슴이 저리다. 감정을 가진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을 쏟아 기르던 애완동물이 나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왠지 가슴이 저려온다. 아현동포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애환을 담은 저 마다의 사연과 떠들썩하게 오고가던 대화 속에 한잔의 소주에 힘을 다시 내어주던 마음의 고향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사의 영상에서 자료를 추출해 두기로 했다. 앞으로는 못 볼 광경들이어서 나의 기록장해 보관해두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밝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저 모습들도 6월이 지나면 더는 못보게 될 광경들이다. 아현동포차가 아니더라도 각 지역의 포차에서는 저런 모습이 어디든 밤마다 연출된다. 쓴 소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 보는 것 그게 인생 아니든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마음이 지치면 한번 씩 글을 보고자 한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을 생각한다 하였든가. 어찌 벗만 생각하겠는가. 연인 생각에 가슴을 진정하기 힘들지도 않겠는가. 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오늘도 퇴근을 하거나 강의실을 떠나거나 한 많은 사람들이 포차의 한 귀퉁이를 잡고 앉아서 가슴을 헐어내며 서로간 소주잔을 부딪치고 있을 것이다.

 

 

 

 

오고가며 포차에 문을 열고 목을 빼꼼히 들이대는 사람들과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람들 모두 포장마차가 가지는 여운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갑바를 덮은 포장마차을 둘러싸고 돌아나가는 찬 바람 속에 마시는 한잔의 추억은 점점 사라져 가지만 비록 컨테이너를 연결하여 서있는 포차이지만 그 속에서 도란도란 피어나던 이야기는 아현동 포차의 추억은 이제 사라질 모양이다. ;

 

 

 

 

앞으로의 운명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아현동포차를 기웃거린다.

 

 

 

 

비록 사라질 포차이긴 하나 현재 장소의 토지는 마포구 소유이며 간이벽을 훼손하고 출입 시 관련 법에 의거 고발 조치됨을 알려준다는 경고문은 아름다운 정원에 쓰레기 투기금지 경고문을 보는 것처럼 황량한 기분이다.

 

 

 

 

대한민국이 한참 민주화의 열기에 휩싸인 그 시절 아현동 포차거리가 형성되었다. 이 곳이 아니어도 포차가 형성되어 있는 골목은 어디에나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면 확 밀려오는 수증기 속에 오뎅과 찌짐냄새...바닥에 쏟긴 듯 코에 풍겨오는 막걸리 냄새는 그 자체가 사는 맛 이다.

 

 

 

 

날씨가 좋으면 스텐레스 샷시문을 잠시 열어 제치고 바깥에 지나다니는 차들을 구경하는 것도 아현동포차에서는 정감어린 풍경이다.

 

 

 

 

가끔 이 곳에는 혼자와서 술을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 않나 싶다. 안주는 오뎅탕에서 찌짐, 조개구이, 조기구이 등등 부르는대로 앞에 대령된다. 조르륵 소주 한잔 앞에 부어 안주 짚어먹는 섬섬수수마다 사연이 없는 곳이 없다.

 

 

 

 

40년 동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곳 아현동 포차거리와 삶의 궤적을 같이 해온 포차 사장님의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다. 옛날엔 과일, 떡볶이, 풀빵도 했단다. 아현초등학교에 접해 있어 아련한 기억이 많다. 학생들이 수업 중간에 풀빵 냄새가 나면 돈을 봉투에 넣어 던지면 풀빵을 싸서 창문으로 던져주었단다. 추억보다도 애환이 많은거다.

 

 

 

 

영상 속에는 오늘도 어둠이 오고 아현동 포차거리도 등불을 밝힌다. 포장마차는 불법이니 구청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방법이 없을 것 이건만 이 거리가 지켜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 글을 쓰는 나만 가지는 상념은 아닐 듯 하다. 곧 사라질 아현동 포차거리를 다룬 뉴스의 영상을 다시 한번 찾아서 본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정과 사랑, 저마다의 사연을 듣는 듯 하다. 역사 뒤로 사라질지도 모를 포차거리를 눈에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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