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미신, 평안한 삶을 기도하는 마음은 어디서나 똑같다

미신|2019. 2. 3. 19:26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이슬람이 주도권을 잡은 국가 말레이시아에서도 어김없이 미신은 존재한다. 비록 원시적 신앙의 형태이긴 하나, 평안한 삶을 기도하는 마음은 어떤 지역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에게나 똑같은 교집합이다.


더구나, 미신의 내용이 한 나라에서 나온 것처럼, 같은 미신이 이 나라에서도 저 나라에서도 거의 같은 형태 같은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숫자 4는 불운의 숫자이다.


숫자 4를 불길하게 여기는 것은 동양권의 공통분모이다. 4자의 발음이 한자로 죽을사(死)와 같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엘리베이터에 4층이나 14층의 표시가 없다. 4층은 영문자 F나 3A로 대신한다. 14층은 13A로 표시된다. 


그런데,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숫자 4는 좋아하지 않는다. 본래 이슬람에서는 기독교처럼 4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이슬람교도는 네 명의 부인을 정실로 들일 수 있고, 4명의 자녀를 두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간통을 범한 자가 용서를 받을려면 네 번 고백을 해야한다. 고백하는 그 자리에는 품행이 방정한 네 명의 증인이 그 고백을 확인한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에서는 숫자 4를 꺼린다. '미신의 힘은 종교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글에서는 본명을 사용하지 마라.


정글을 가진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정글이 살아있다고 믿는다. 정글에 들어갈 때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들어가면서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다. 내가 정글인 당신에게 발을 들여놓는 자체가 당신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 누구는 밀림 어디에 들어가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이다.


두번째는, 정글에서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정글의 영혼이 정글에 발을 들여놓은 이의 친구를 사칭하여 유혹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이다. 정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더 깊이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 되고, 자칫 정글의 미아가 될수도 있다는 우려감에서 나온 관습이다. 정글로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일종의 이름코드를 사용한다.


베개 위에 앉지마라.


말레이시아에서는 베개위에 앉아 있으면 종기 즉, 뽀드락지가 생긴다고 믿는다. 쿠션에도 적용될까? 쿠션을 베개로 사용하고 있다면 똑같이 적용된다. 머리에 베고 자는 것을 엉덩이에 깔면 안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빗자루 끝이 발에 닳지않도록 하라.


말레이시아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빗자루 끝이 발에 닳게되면, 불행을 불러온다"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아마도 이 미신의 근원은 빗자루가 먼지와 쓰레기를 청소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안 좋은 에너지'와 접촉하기를 원하지 않아서 나온 것일 것이다.


만일, 빗자루의 끝이 발을 건드리게 되면 빗자루에 침을 뱉는다. 액땜을 하는 것이다. "빗자루야 이 안좋은 기운을 네가 다시 가져가거라."하는 의미란다.


손톱을 밤에 깍지마라.


이 것도 동양권에서는 거의 똑같이 믿는 미신이다. 한국에서도 손톱을 밤에 깍지마라는 미신이 있다. 밤에 손톱을 깍으면 쥐가 그것을 먹고 자기와 닮은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밤에 손톱을 깍으면 나쁜 영혼을 불러들이며 죽을때까지 피를 흘린다고 믿는다. 일본의 미신처럼 부모님의 임종을 못지킨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부모님의 죽음의 원인이 된다고도 한다. 


좀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이 미신을 타당한 근거가 있다. 전깃불이 없던 옛날에는 밤에 손톱을 깍으면 이리 저리 튀겨나간 파편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날카로운 단면을 밟게되면 상처도 입을 수 있고, 쌀독 같은곳에 들어가버리면 골라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시계를 선물로 주지마라.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시계를 선물로 주는 것을 '종말을 선물주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즉, "네가 이 시계가 멈추는 날 죽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믿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절대로 시계를 선물로 주어서는 안된다. 자칫, 큰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밥그릇을 싹싹 비워라.


만일 밥그릇을 다 비우지 않으면, 미래의 남편 또는 아내의 얼굴에 남긴 수 만큼의 여드름이나 뽀드락지가 난다고 믿는다. 이 미신을 좋은 미신이다. 밥 한톨 남기지 않고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 버릇은 남들 보기에도 좋다고 여기며, 한 그릇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여긴다면 설명할 필요없이 밥그릇을 비울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 처자들은 집의 계단에 앉지마라.


이 미신의 유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목조 가옥에 모여 살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혼 여성들은 계단에 앉아 있는다면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라고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은 뭔가 게으른 느낌을 준다. 당시 여자들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집의 계단에 앉아있으면 게으름을 피운다고 여긴 것이다.


부엌에서 노래 부르지마라.


부엌에서 노래부르면 노인과 결혼하게 된다는 미신이다. 노래와 노인이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게되면 주의가 산만해져 밥을 태운다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일종의 겁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미신으로 보인다.



 


달을 향해 손가락질 하지마라.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귀에 상처가 생긴다는 미신이다.  악령이나 달의 여신으로 부터 앙갚음으로 상처가 생긴다고 한다. 비슷한 미신으로 "무지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 손가락이 부러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무례하지 않도록 가르치기 위한 미신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누워있을 때 넘어가지 마라.


사람들을 넘어가면 죽는다는 미신이다. 남의 몸 위로 넘어간다고 죽기야 하겠나만은 어릴 때는 이렇게 가르치면 자연스럽게 예의를 배우는 효과를 주었을 것이다. 여러면이 좁은 공간에 같이 누워있을 떼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자 한다면 넘어가지 말고 주위를 둘러서 가라는 의미이다.


거울을 보면서 잠자지마라.


우리가 밤에 잠을 잘 때, 우리의 영혼이 만약 밤에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수도 있고, 혹은 반사된 모습이 실제 몸이라고 믿고 실제의 몸 대신 그것에 들어갈려고 할 수도 있으니 못 깨어날 수도 있다고 믿는 미신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밤에 거울을 보지 말라는 미신도 있다.


음식을 먹는 도중에 장소를 바꾸지마라.


음식을 여기 져기 옮겨 다니며 먹게되면 결혼을 여러번 하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미신이다.


음식을 여기저기서 끌고 다니며 집을 어지럽히는 것을 원치 않기에 생긴 미신일 것이다.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미래의 결혼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므로.


미신은 어찌보면 지켜야할 규범을 위협이 섞인 예언조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종교보다 오히려 파급력이 크다. 평안하는 삶을 기도하는 마음은 어디서너 똑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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