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에 답는 한국인의 밥상, 숨통 트이는 맛

식도락|2015. 1. 26. 06:00

 

 

 

60년대 70년대만 하더라도 시골이 아니더라도 집집마다 장독대가 모여있는 집안의 공간이 의례 있었다. 뚜껑을 열면 전통간장과 된장, 흰꽃이 핀 고추장까지 향기롭지 않은 듯 장냄새가 담장넘어 피어나곤 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옹기에서 퍼내는 장 맛으로 단촐하게 차려졌다. 반찬 가지수는 적어도 고추장으로 무쳐내는 나물과 된장으로 삭힌 고추만 해도 숨통 트이는 맛 이었다. 옹기에 담기는 음식은 아무래도 한국인과 떨어질 수 없는 정겨운 식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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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에서 꺼내는 음식은 왠지 맛있다.

 

 

 

 

아는 사람은 안다. 겨울철 눈이 쌍힌 장독대에서 꺼낸 묵은 김치는 그 자체로 다른 반찬 필요없이 밥도둑이라는 것을 말이다. 유독 옹기에 담아둔 음식은 잘 발효되고 잘 쉬지도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옹기에는 숨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흙을 가지고 만드는 도기는 2가지이다. 도자기와 옹기이다. 차이점은 도자기는 흙 속의 모래까지 풀어 고운 흙물로만 구워내는 것이고 옹기는 모래까지 포함하여 그대로 구원내는 것 이다. 그러다보니, 옹기에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숨구멍이 숭숭 생긴다. 그래서 옹기로 만든 도기로 음식을 하면 맛이 좋은 것 이다. 뚝배기 국밤이 그냥 국밥보다 맛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국물이 없으면 앙코없는 찐빵이듯이 옹기에 담는 밥상은 숨통 트이는 맛이다.

 

 

 

 

옹기는 유독 해안선을 따라 발달해왔다. 고운 흙이 많기도 하지만 만든 옹기를 바다를 통해 교역하기에 좋은 탓이리라. 전남 강진군 칠량면의 옹기마을에서는 아직도 옹기로 음식을 담아내는 모습이 흔하다. 이 곳에서 옹기 장독대를 만지는 할머니의 말씀은 인상깊다.  옹기를 바라보는 마응이 "너와 내가 같이살자는 마음으로 매일 같이 닦고 만지고 바라본다" 하신다. 그렇다. 인생은 사랑하는 그 누구나 무언가와 같이 살아가야 깊은 제 맛이다.

 

 

 

 

 

옹기에서 나오는 맛은 이 곳의 음식 '옹기닭중탕'에서 깊게 우러나온다. 옹기에 껍질 멋긴 닭 한마리 통채로 집어넣고 입구를 쟁반으로 뚜껑를 하고 밀가루로 돌려가며 봉하여 하루간 장작불로 푹 때면 기름이 동동뜨는 진한 고기국물이 생긴다. 고기는 흐늘흐늘 아주 연해서 먹기좋게 된다. 이 국물은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몸이 허해진 사람이 먹으면 힘을 준단다. 옹기에서 중탕을 했기 때문에 아주 푹 고아진다. 

 

 

 

 

옹기는 천연 냉장고 이기도 하다. 강달어는 민어과의 생선으로 조기의 일종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깡다리로 부른다. 봄 철 잡은 강달어를 소금을 뿌려 옹기에 담아놓으면 겨울까지 먹을 수 있다. 

 

 

 

 

 

 

겨울철이 되면 염장해둔 강달어를 꺼내 석쇠에 한마리씩 구워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조기 대신 강달어를 먹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낸다. 조기와 마찬가지로 밥을 물에 말아 강달어구이와 함께 드셔보시길 바란다.

 

 

 

 

토하는 민물새우이다. 토하를 [확독]이라 부르는 바닥이 오돌오돌한 옹기에 마늘, 생강 등과 함게 갈면 벼락토하젓이 탄생한다. 발효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이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햇세비젓갈로 부르기도 한다.

 

 

 

 

본래 토하젓은 토하를 3개월 숙성시켜 만든다. 밥을 고들하게 지어 넣고 생강, 마늘 등의 재료를 갈아 넣는데 토하와 제료의 비율을 1:4 정도로 하면 맛난 젓갈이 된다. 

 

 

 

 

토하젓을 벼락토하젓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깊은 맛이 난다. 토하젓은 옹기에 담겨야 잘 숙성된다. 다른 음식인들 안 그렇겠는가. 숨을 쉬어야 음식이 맛을 낸다.

 

 

 

 

 

 

옹기에 담는 옹기굴도라지무침이나 옹기굴두부는 담백한 맛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이다.

 

 

 

 

 

 

옹기에 담는 열무김치는 열무의 시원한 맛을 내내 보관해 준다. 

 

 

 

 

옹기가 도자기 보다 만들기 쉬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옹기를 만들 때 안근대 바깥근대에 힘을 주면서 옹기를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옹기가 숨을 쉬는 것은 장인의 정성 때문이다.

 

 

 

 

장독대 위에 정화수 떠놓고 가족의 안위를 비는 어머니의 기도를 본 적이 있다면 옹기에 담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우러나는 숨통 트이는 맛도 이해하게 도니다. 한국인의 정서는 아무래도 여유이고 소통이다. 이제라도 잊혀져가는 옹기를 식문화로 가져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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