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6강.이성을 벗어나 본능으로의 철학

샐각의창|2009. 4. 12. 23:55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 여타 동물과는 다른 존엄한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 고전적이고도 전통적인 인성론이였으나, 다윈의 진화론은 이런 인성론이 유지되기 힘들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한 존재에 불과하다면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본성적으로는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이라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확립한 사람은 C.R.다윈이다. 그는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종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는 데 변이(變異)의 원인 중의 한 가지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도 채용하였다. 그러나 다윈은 라마르크의 ‘전진적 발달’을 배격하였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제창했을 뿐만 아니라 진화의 증명이 될 수 있는 생물학상의 사실적인 예도 많이 들어 생물 진화를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는 데 공헌하였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영국의 산업자본주의 발전을 반영한 것이며, 자유경쟁에 의한 번영의 이념을 생물계에 도입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종의 기원》이 종교적인 반감을 일으키면서도 급속히 보급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의 각 분야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사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를테면 H.스펜서가 제창한 사회다윈주의는 생존경쟁설(生存競爭說)에 따라 인종차별이나 약육강식을 합리화하여 강대국의 식민정책(植民政策)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다윈 이후 진화학설에 관한 논의가 그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철학을 알아보는 글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성적인 철학사조에서 충동적인 인간 본성으로 철학사조가 옮겨가게 되는 데 지대한 역활을 하게된다.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는 탐욕적 이기심이 오히려 자연에 부합하는 인간의 떳떳한 본성이라고 주장하였고, 소피스트인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롭게 살면 나는 손해보고 강자나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므로 내가 행복해지려면 철저히 내 이기심에 따라서만 행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홉스(T Hobbes)의 인간본성론은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본성을 지닌 존재로서, 자기보존만을 꾀하고 남을 위협하며 살아간다고 역설한다. 개개인은 힘이나 교활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이들이 처한 상황은 이들의 행위를 규제할 시민적 권력(강권국가)이 존재하지 않는 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된다. 홉스에 의하면 이성은 자기보존을 위해 안전보장의 추구를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타산적인 계산능력이다. 따라서 이 이성을 통해 인간은 이기적인 자기보존욕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을 지닌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홉스는 생각한다. 홉스의 강권국가는 일방적인 강제가 아니라, 개인들의 이기적인 자기보존욕에 기초한 상호 계약의 산물로서 성립된 국가이다. 이것은 홉스의 국가가 근세의 개인주의와 사회계약사상에 기반한 것임을 분명히 해주는 것으로서 홉스의 국가에는 군주제가 의존하고 있는 몰개인적 충성심과 희생적 헌신이 자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홉스에 의한 국가는 개인들의 계산된 이기심들의 사회적계약에 의해 결속된 국가로서, 내용적으로는 개별적인 이기심의 총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충동적인 사회동물로 정의되기 시작하며서 프로이드(S Freud)의 심리연구는 철학사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된다.

프로이드는 정신세계를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었는데 의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이드(id)는 무의식 속에 있는 본능적인 충동 욕구를 가리키고, 초자아(superego)란 전통과 관습, 도덕 및 부모의 교육에 의해 무의식에 내재하게 된 이른바 양심의 소리나 죄책감 등과 같이 본능이나 자아의 욕구를 억압하는 높은 정신 현상을 가리킨다.자아(ego)는 이드(id)를 현실적으로 극대화시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양심이나 도덕은 선천적인 근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인 행위란 것은 금지된 것을 어길 때 생기는 초자아의 억압과 질책에 대한 무의식적 위장 반응 즉 가장된 행위이며, 양심이란 것은 일종의 저항심리적 자기 공격성 즉 죄의식일 뿐이다. 종래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원리로 알려진 의식적 자아는 사실 자주적인 행위주체가 아니라 무의식내의 본능적인 충동 욕구인 리비도(libido)나 이드(id)와, 무의식적인 양심과 죄책감 같은 초자아(super ego)사이에서 그것들의 지시에 끌려 다니는 꼭두각시와 같다.

무의식적 충동을 인간의 본질로 보는 프로이트의 인간관은 전통적인 이성주의적 인간관에 큰 충격을 준 반면, 인간의 행위동기 및 병리적 심리특성을 진단하고 해명하는 일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회관계를 설명하는 일에서 큰 기여를 해왔다. 자본주의의 내적 원리인 인간의 이기심과 공격적 탐욕성, 그리고 경쟁적 삶 속에서 초래되는 인간소외와 정신분열 현상은 인간 행동 및 삶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해를 기초로 해서 잘 설명될 수 있다. 아들러(A. Adler)를 비롯한 그의 후계자들은 프로이트가 인간의지의 능동성을 간과한 채 병적 특성에 지나치게 집착했다고 비판하고 있고 논란은 계속 되겠지만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서 사람들을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찬 존재로 만들고, 이를 기초로 해서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려 하는 생리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존재가 자본주의적 원리에 충실한 인간형이라 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이기적 욕망을 갖은 존재로 나타나므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최근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 욕망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으므로 인간성에 관한 논의는 이기적 욕망 자체뿐 아니라 구체적 사회경제적 삶의 원리에 비판적 논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참고] 꿈의해석 (프로이드) / 완전한 삶(디펙 초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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