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8강.유가사상과 도가사상
이성과 욕망의 충돌은 철학에서 주요한 과제이다. 동물과는 달리 인간의 욕망은 의식 속에서 조정되며, 대개는 감정을 매개로 하여 의식 속에 떠오른다. 유전자적 프로그램, 경험적 지각과 기억 등에 의해 유발되는 삶의 충동이라 할 수 있다. 도덕은 특정한 가치 체계와 규범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개인사적 기억과 느낌, 감정과 생각 등의 차이로 인해 다양성을 띠기 때문에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갑답게 살아가는 것일까 ? 동양에서의 대표적 철학사조라고 할 수 있는 서로 충돌한느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을 공부해보자.
중국 주나라(하->은->주)는 중국의 고대적 전통이 집대성된 사회였으나 후기에 들어서면서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면서 각 지방 제후들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으로 접어든다. 이에 공자는 주나라 초기의 도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유가사상을 전파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공자, 맹자, 순자등이 있으며 사상의 근본은 仁(인)이 바탕이다. 유가의 '인'은 묵가의 것과는 달리 사람을 인정하고 사랑하되,'가려서 사랑해라' 라는 것이 특징이다. 인(내면적 도덕성)과 예(외면적 사회규범)를 중시하는데 사회적으로 신분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신분에 맞춰 인과 예를 행하자는 것 이었다. 유가의 학문은 그 관심의 폭은 넓지만 요점을 선택하기가 어려워 번거롭기만 하고 그 효용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군신 부자의 예를 세우고 부부장유의 질서를 세운 것은 매우 값진 것으로 평가 할 만 하다.유가사상에서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尙)과 사단지성(四端之性)이 핵심사상이다. 맹자가 말하는 차마 못하는 마음으로서, 측은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 부끄럽고 미워할 줄 아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 是非之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동물에서는 이러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에게는 본능적 '식색(食色)의 성(性)'만이 있을 뿐이다. 인(仁)이 도덕적 마음가짐이라면 유가의 도덕적 실천강령은 '예의 법도에 따라서 행동하라’는 것이다, 예(禮)는 기존의 봉건적 인간 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므로 봉건 사회의 통치자들이 유가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민중을 통제하기 쉬운 사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사회에서는 유가사상이 중국왕조의 핵심적인 기반이었다.유가사상은 곧 유교이념이고 유교는 춘추전국시대 이후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고대 및 중세를 거쳐 변함 없이 중국의 대표적 이데올로기였다.
중국에서는 일시적으로 도교나 불교가 국가 핵심 이념이 될 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근본은 유교였다. 유교는 고대의 훈고학적 유교를 거쳐 송나라 때 신유학과 도교의 형이상학적 개념을 받아들여 주자와 정자에 의해 성리학으로 발전하였다. 성리학은 한국으로 건너와 조선왕조의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자리잡는 등 한국에 큰 영향을 주었다. 명나라 때는 사변적인 성리학에 대한 반발로 왕양명에 의해 양명학이 등장하였다. 양명학은 사물의 이치를 파악 이전에 마음의 선천적인 앎의 능력인 양지(良知)를 강조하였다. 조선 후기 북학파, 실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강화도를 중심으로 강화학파의 학문이기도 하였다. 청나라에 이르러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실증적이고 귀납적인 연구를 강조하는 고증학이 크게 흥기하였다. 유교는 동북 아시아, 즉 한국과 일본 등 중국의 인접 국가를 비롯한 나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특히 한국의 경우 삼국시대 이후 고려를 거쳐 조선 왕조 때에는 국가 지배 이념이 되었다. 유가에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도덕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도덕적 삶은 자신의 본질로 복귀하는 삶이 된다. 또한 유가에서는 자연은 도덕적이며, 도덕성을 통해서 만물을 길러낸다고 보기 때문에 도덕적 삶은 자연의 위대한 사업에 동참하는 길이기도 하다.
도가가 유가의 도덕률을 허구적인 것으로 비판한 것은 도덕이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이며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음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도가사상에서는 유가사상의 도덕을 권력이자 이데올로기로 본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사상을 주입하는 것은 권력자들이 민중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나는 하늘이 내린 천자요. 그대들은 나의 백성이다. 따라서, 나를 항상 따르라'고 하는것은 이데올로기라고 보는 것이다.도대체 어찌하여 처움부터 군군신신부부자자가 있었냐고 항변한다. 애초에 임금으로 정해진 하늘의 규칙은 없으며 유가의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여 수신제가를 하면 치국평천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장사상에서는 '작위(作爲)가 없는 자연 그대로 무위자연(無爲自然)'를 말한다. 노자가 주장하고 장자가 발전시킨 도가 사상은 공자의 유가 사상과는 달리 당시의 혼란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랐다. 노자는 춘추 시대의 어지러운 세태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여 무위자연의 사상을 내걸고 현실을 외면한 은둔과 도피의 철학을 강조하였다. 그는 유교의 인위적인 도덕 윤리를 비판하여 전제 군주의 절대권에 대한 일반 백성의 저항권을 포함시키고 개인의 독립성을 옹호하였다. 그런데 제자 백가 사상 가운데서도 도가만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연주의적 특색을 지니고 있어 인도의 요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가 하면, 양자강 유역에서 발전한 초나라의 이질적 문화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주의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노자는 도를 따르고 도를 지키는 것을 덕이라 하였다. 따라서, 덕은 도처럼 '무위(無爲)'여야만 한다.
무위는 유위(有爲), 또는 인위(人爲)의 반대이며 인간의 지적 오류에 의해 제정되고 실천되는 제도[禮]나 행위를 부정하는 개념이며,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아니다. 또한 그가 말하는 자연이란 물리 세계의 자연이나 서양 철학의 자연주의도 아니다. 도가에서의 자연은 바로 자유자재(自由自在)하고, 스스로 그러하고[自己如此],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정신의 독립이며, 사물의 실상과 합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 원만성이다. 즉,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이 무위자연이다. 도가사상은 후에 더 심도있게 공부하도록 하고 몇가지 구절로 도가사상의 핵심을 짚어본다.
무위자연(無爲自然)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위자패지 집자실지(爲者敗之, 執者失之) 하려는 자는 패할 것이오. 가지려는 자는 잃을 것이다. 생이불유,위이불시,장이부재(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낳고 행하고 기르되 소유하려 않는다. 견강자 사지도(堅强者死之徒) 변화 소통하지 않고 강한 그대로만 있으면 죽음의 길이다. 상선약수,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악,고기어도(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좋이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곳에 처하니, 그런 까닭으로 도에 가깝다 한다
도가는 강한 부정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현실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도가 사상만을 가지고서는 삶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유가와 도가 어느 한 사상만을 지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가는 보다 바람직한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개방적 자세로 부단히 노력하고, 도가는 강한 부정의 정신으로 기존의 질서를 비판하고 파괴하면서 두 전통이 삶 속에서 융합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상대주의 인식론이 매혹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데에는 신, 이성 등 절대적 객관이 침해하고 있는 개별의 다양성을 이러한 인식론이 보호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단점은 세계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인식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욕망은 도덕과 충돌하기 십상이지만 어떤 도덕률을 확립할 때 개인의 욕망에 여과된 개별적 도덕률이 자유롭게 상호 교환되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도덕률로 수렴되는 과정을 갖는다면 양자는 충돌하지 않을 수 도 있다. [참고]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철학의 즐거움(윌 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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